- 화재 발생 11시19분… 구조는 자정 넘어

11일 밤 11시19분, 가평군 청평면의 한 횟집에서 불이 났다. 가게 안쪽 2~3평 남짓한 방에서 잠을 자던 40대 부부와 고등학생·중학생 자녀 등 일가족 4명은 끝내 빠져나오지 못했다.
불길이 진화된 뒤 가족은 모두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구조 시각은 00시 17분. 화재 발생 후 거의 1시간이 지난 시점이었다.
복수의 목격자, “물만 뿌리고 있었다”… 구조 지연 의혹 잇따라
사건 직후 현장을 목격한 주민 7명은 기자에게 “소방대가 한참 동안 외부에서 물만 뿌리고, 사람이 안에 있다는 걸 알고도 들어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증언은 “초기 대응의 지연이 인명 피해를 키웠다”는 의혹으로 이어졌다.
이에 대해 가평소방서 측은 “주 출입구가 무너지고 진입이 불가능한 상태였다”고 해명했다. 조무현 지휘조사팀장은 “잔해를 치우며 헤치고 들어가느라 시간이 걸렸다. 남양주 구조대가 와서야 폭 50cm의 옆 통로를 발견해 진입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최초 대응 인원 ‘단 1명’… 구조 공백의 실체
이번 참사는 단순한 ‘진입 지연’이 아니라 구조 인력의 절대적 부족이 낳은 예고된 비극이었다. 화재 당시 최초 출동한 청평지역대에는 단 3명이 근무 중이었다. 그 중 2명은 구급차, 1명은 소방차 담당이었다. 즉, 불을 끌 수 있는 인원은 단 1명뿐이었다.
이 인력으로는 화재 진압은커녕 내부 진입조차 불가능했다. 조 팀장은 “소방차 1대에 2명이 근무하는 구조라 인명구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가평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인력난이 심각하다”고 토로했다.
'자정 넘어 남양주서 후착대·지원대 도착'
23시25분 청평지역대가 먼저 도착해 대응을 시작했고,가평 본소 후착대가 도착한 것은 그로부터 약 20분 뒤,남양주 구조대가 현장에 합류한 것은 자정 무렵이었다.
결국 화재 발생 후 약 1시간이 지나서야구조 인력이 충분히 확보됐고, 그제야 00시17분 첫 발견자, 이후 3분 간격으로 나머지 가족이 차례로 발견됐다.
“뒤늦은 구조”… 닫힌 방, 막힌 구조
현장 감식 결과, 피해자들이 머물던 방은 외부로 통하는 문이 전혀 없는 밀폐 구조였다. 유일한 창문에는 방범창이 설치돼 있었고, 불길은 이미 식당을 덮친 상태였다.결국 내부에서는 대피할 수 없었고, 외부에서는 진입이 불가능했다.
“소방 인력 구조 바꿔야 한다”, 인력난 방치한 책임은 누가?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소방 인력 구조의 총체적 실패”로 지적한다. 청평처럼 ‘1명 소방체계’로는 대형 화재에 단 한 명의 생명도 지킬 수 없다는 것이다. 가평소방서 관계자는 “청평지역대는 하루 3명이 24시간 근무하며 소방차 1대, 구급차 1대를 함께 담당한다”며 “본서 지원이 도착하기 전까지는 사실상 무방비 상태”라고 인정했다.
이번 청평 화재 참사는 단순한 사고가 아니다.“문도, 탈출구도, 소방인력도 없었다.” 청평의 비극은 지역 단위 소방 인력 구조의 붕괴를 드러낸 사건이다. ‘1시간의 공백’이 생명을 앗아갔다. 이제는 전국적인 소방 인력 재편과 지역 균형 배치가 논의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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