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경호 전) 도의원
그러나 지금 가평군민에게 가장 절실한 화두는 규제가 아니다.
올여름 집중호우는 가평군 곳곳을 무너뜨렸다. 불어난 하천은 제방을 넘쳐 마을을 덮쳤고, 산사태는 주민들을 고립시켰다.
농경지는 순식간에 침수됐고, 상가와 가정집은 물에 잠겼다.
펜션·민박, 식당·카페 등 지역 자영업자들은 예약 취소와 매출 급감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이런 상황에서 군민들이 간절히 바라는 것은 규제 개선이 아니다.
“어떻게 먹고살 수 있느냐, 무너진 집을 어떻게 다시 세우느냐, 농사를 망친 후 내년 봄을 어떻게 맞이하느냐, 끊긴 관광객을 어떻게 불러들이느냐”가 절실한 질문이다.
다시 말해, 지금 필요한 것은 규제 완화라는 장기 과제가 아니라 당장 체감할 수 있는 정부의 직접 지원과 제도적 대책이다.
특별재난지역 지정, 응급복구비 지원, 소상공인·자영업자·펜션업자를 위한 긴급 생활안정자금, 주거 지원과 재해보험 확대, 하천 정비와 재해예방 인프라 확충이 시급하다.
특히 마일천, 십이탄천, 승안천, 조종천, 백둔천, 신상리 등 소하천 피해는 복구 비용이 천문학적이다.
현재 정부가 책정한 지원금은 턱없이 부족하며, 농민 보상뿐 아니라 펜션·숙박업, 상가·식당 등 자영업 피해 보상은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지난 3월 경북·경남·울산을 강타한 대형 산불 사례는 시사적이다.
당시 피해 규모가 1조 원을 넘자 국회는 산불피해지원대책 특별위원회를 꾸려 특별법 제정을 신속히 추진했다.
산불 특별법은 피해 주민 구제, 재해예방시설 확충, 심리 회복 지원, 부정수급 처벌 규정까지 담았다.
단순한 예산 지원을 넘어 피해 복구와 지역 회복을 위한 제도적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가평군 역시 마찬가지다. 기후위기 속 집중호우 피해가 반복되는 현실에서 한두 차례의 예산 지원으로는 근본 대책이 될 수 없다.
산불 특별법처럼 “기후 재난 피해 특별법”을 제정해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지원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여기에는 농민뿐 아니라 펜션·민박 운영자,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 모든 피해 계층에 대한 실질적 보상과 경영안정 지원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
수도권 규제 담론과 수해 복구 지원은 별개의 문제가 아니다.
규제는 장기적으로 자생력을 약화시키지만, 지금 당장의 고통을 덜어낼 수 있는 것은 정부의 지원이다. 따라서 순서는 정부의 긴급 지원 확보가 먼저이며, 이후 규제 개선이라는 구조적 과제를 풀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군 단위의 절규가 아니라 중앙정부와 국회의 실질적 지원이다.
재해복구 예산을 확보하고, 농민뿐 아니라 펜션·자영업자의 피해를 보상하며, 취약 인프라를 보강하는 정책이 시급하다.
더 나아가 수도권 북부 산간지역을 대상으로 한 별도의 재난 대응 체계 마련도 필요하다.
규제 문제는 장기 과제지만 군민들의 당면한 고통을 덜어주는 것은 지원이다. 가평의 현실을 대변하려면 지금은 규제보다 정부의 책임과 지원을 우선 요구해야 한다.
군민이 바라는 것은 먼 미래의 제도 개혁이 아니라 당장 내일 삶을 이어갈 수 있는 구체적 대책이다.
가평의 절규가 진정으로 울림을 가지려면, “규제를 풀어달라”는 호소보다 “군민을 살려달라”는 요구가 앞서야 한다. 그 목소리에 응답하는 것은 정부와 정치의 책무이며, 그것이야말로 대한민국이 재난 앞에서 국민을 지키는 최소한의 역할이다.
▶ 본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무관함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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