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관세 협상 결과를 두고 언론과 전문가들 사이에서 엇갈린 평가가 쏟아지고 있다.
'잘된 협상'이라는 긍정론부터 '국익을 해쳤다'는 비판론까지, 다양한 주장들이 충돌하며 오히려 혼란만 가중되는 모양새다.
그러나 아직 구체적인 최종 합의문조차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부른 평가는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의 혼란은 합의문이 나오기도 전에 협상 결과에 점수를 매기려는 언론의 조급함에서 비롯되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한미 관세 협상은 본질적으로 양국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제로섬 게임'의 성격을 띤다.
한쪽이 만족하면 다른 한쪽은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에서 '윈윈'은 양국 모두 조금씩 양보하며 합의점을 찾았다는 의미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잘했다' 혹은 '못했다'는 이분법적인 접근보다는, 우리가 얻은 것과 잃은 것을 냉철하게 따져보는 분석이 필요하다.
이번 협상의 근본 원인은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적인 세계 무역 질서 교란에 있다. 마치 평화로운 마을에 '건달'이 나타나 행패를 부리는 상황과 유사하다.
미국이 무역 질서를 흔들며 보복 관세를 위협하자, 한국은 물론 EU와 일본 등 각국이 불가피하게 방어적인 협상에 나설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협상 과정에서 정부의 대응 방식에 대한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협상 전면에 나서기보다 타운홀 미팅 등 다른 일정에 집중했다는 점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수십조 원의 경제적 손실이 예상되는 관세 협상을 비서실장에게 보고받고, 대통령은 침묵으로 일관한 것은 책임 있는 리더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물밑에서 노력했다"는 해명 역시 구체적인 근거가 제시되지 않는 한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정부는 "만족할 정도는 아니지만 상당한 성과"라고 자평했지만, 최종 합의문이 공개되지 않아 그 성과를 객관적으로 검증하기 어렵다.
정부의 발표 내용 중 일부는 서로 상충하는 부분도 있어 혼란을 키우고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협상 내용을 살펴보면, 자동차 관세 인상은 한국 경제에 상당한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0%였던 관세가 15%로 인상되면서, EU(2.5%→15%)에 비해 2.5%포인트만큼 불이익을 받게 되며, 연간 약 5조 원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조선업은 수혜가 예상되지만, 이익의 90%를 미국이 가져가는 구조라는 점에서 '재주는 우리가 넘고 돈은 미국이 챙기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또한 487조 원에 달하는 대미 투자 펀드는 GDP 대비 비율로 볼 때 일본이나 EU보다 높은 수준이며, 투자가 예상되는 알래스카 에너지 개발 등 일부 사업은 손실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결론적으로, 현재까지 드러난 정보만으로는 협상의 손익을 정확히 계산하기 어렵다. 최종 합의문이 공개되고 구체적인 내용이 확인되어야 비로소 객관적인 평가가 가능할 것이다.
이번 한미 관세 협상은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적인 무역 압박에 대응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EU, 일본 등 다른 국가들 역시 비슷한 수준에서 협상에 임한 것으로 보아, 우리 역시 특별히 유리하거나 불리하지 않은 선에서 타결된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기존 자유무역협정(FTA) 체제가 흔들린 상황에서, FTA가 없던 일본이나 EU에 비해 한국이 상대적으로 더 큰 손해를 보았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결국 한미 정상회담에서 최종 합의문이 공개되어야만 이번 협상에 대한 종합적이고 객관적인 평가가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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