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움직이는 국가, 스위스

[남양주=NGN뉴스] [기고]움직이는 국가, 멈춰버린 국가 열한 번 째 이야기입니다..!! 조광한 입니다..^^
앞에서 보았듯이 스위스는 시계와 섬유로 산업과 무역에 눈뜨고 점차 부를 쌓아갔습니다.
스위스의 지정학적 위치는 매우 불리한 것이었습니다. 프랑스, 독일,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등 강대국들에게 둘러싸여 늘 전쟁터가 되곤 했습니다.
그러나 산업과 무역이 발달하면서, 유럽의 중심이자 교통의 요충지라는 위치는 큰 장점으로 부각되었습니다. 알프스 너머의 나라들과 교역하기 위해 19세기 초에는 도로 건설에 주력했고 19세기 중반에는 철도망을 대폭 늘렸습니다.
이 교통망이 생각지도 못했던 또 다른 산업의 기회가 되었습니다. 지금도 스위스 경제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관광업입니다. 당시에도 유럽의 부유층들은 외국여행을 즐겼고, 19세기 말에 이미 35만 명의 관광객이 스위스를 찾아 알프스의 아름다움을 감상했습니다.
1912년에는 유럽의 지붕으로 불리는 융프라우 산 정상부에 유럽에서 가장 높은 해발 3,454m의 ‘융프라우 요흐’ 철도역을 완공해 세계적인 관광 명소가 되었고, 아름다운 산과 장엄한 빙하를 보기 위해 전 세계에서 수많은 관광객들이 모여들고 있습니다. 이 철도에는 한국말로도 안내방송이 나옵니다.
시계와 섬유, 제약과 관광에서 자본이 형성되자이번에는 금융업으로 진출하게 됩니다.이 은행사업의 성공이 빈국 스위스를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부국으로 만들게 됩니다.
스위스의 금융업 역시 프랑스에서 신교도들이 이주해오면서 시작되었습니다. 1598년 프랑스 앙리4세가 종교의 자유를 선언하는 낭트칙령을 발표했지만, 1685년 루이14세가 이를 철회하면서 신교도들의 2차 탈출이 벌어졌습니다. 스위스로 온 신교도들 중에는 신흥 재력가가 많았고 주로 고리대금업을 했습니다.
그런데 사치를 일삼던 루이14세가 이들에게 돈을 빌리며 한 가지 조건을 달았습니다. 돈 빌린 사실을 절대 비밀로 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자신이 내쫓은 신교도들에게 돈을 빌리는 것이 창피했던 겁니다. 스위스 은행은 예금주와 돈의 출처는 절대 묻지 않는 비밀주의로 유명한데, 루이14세 때문에 만들어진 겁니다.
금융업이 발전하게 된 또 하나의 요인은 ‘중립국’입니다. 스위스는 유럽의 정 중앙에 있는 요충지로서 툭하면 강대국들의 전쟁터가 되었기 때문에 오래전부터 생존을 위해 중립국을 추진해왔고, 19세기 초에 국제적인 인정을 받았습니다.
이때부터 다른 나라의 분쟁에 관여하는 용병 사업은 완전히 접게 됩니다.이 중립국의 지위가 1,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스위스에 막대한 이익을 가져다주게 됩니다.
스위스의 금융업은 1,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세계적인 수준으로 올라섰습니다. 이는 바로 스위스가 중립국이라는 점과 신뢰의 상징 스위스라면 자신들의 돈을 끝까지 지켜줄 것이라는 믿음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전쟁이 나자 부자들은 안전한 은행을 찾았고, 유럽에서는 스위스뿐이어서 어마어마한 돈이 몰려들었습니다. 게다가 유럽의 돈은 영국이든 독일이든 전쟁에 지는 순간 휴지조각이 될 것이기 때문에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전쟁에 반드시 필요한 석유를 공급하는 아랍 국가들도 결제수단으로 스위스 프랑을 요구했습니다. 허구한 날 침략을 당하고 용병 외엔 먹고 살 길이 없던 가난한 나라의 돈이 일약 국제간 거래에 통용되는 기축통화가 된 겁니다.
또 다른 중립국 네덜란드와 벨기에는 독일의 침공을 받았지만, 스위스 화폐가 기축통화가 되자 독일의 히틀러는 금괴를 팔고 스위스 화폐를 사들여 석유와 전쟁 물자 등의 비용에 지불했고, 스위스 프랑의 안정이 독일에도 이익이 되기 때문에 스위스는 침공하지 않았습니다.
세계대전으로 스위스 은행에 돈을 맡긴 부자들이 꽤 많이 세상을 떠났고, 또한 독일 비밀경찰 게슈타포가 그토록 찾아내려 했던 독일 부자들이 맡긴 돈도 고스란히 스위스 은행의 소유가 됐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히틀러의 학살에 희생된 현찰이 많기로 유명한 유대인들의 돈도 마찬가지입니다.
금융업은 이렇게 스위스 경제를 반석위에 올려놓았습니다. 전쟁이 끝나고 안정성이 부각되자 이번에는 수많은 국제기구들이 스위스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세계무역기구(WTO), 국제적십자사(Red Cross), 국제보건기구(WHO), 국제노동기구(ILO), 국제결제은행(BIS) 포함,30여 개의 주요국제기구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국제축구연맹(FIFA)등250여 개의 NGO단체가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또한 구글의 해외기술센터를 포함해서 5천여 개의 다국적기업이 스위스에 소재하며 부를 더해주고 있습니다.
이처럼 스위스가 부유해진 기저에는 용병에 뿌리를 둔 신뢰가 깔려 있습니다. 그리고 영세중립국이 되면서 오랜 세월 전쟁을 피한 덕에 지속적으로 부를 축적할 수 있었습니다.
스위스의 산업에는 일관성이 있습니다. 선택과 집중입니다. 인구 약 870만, 영토는 남한의 40%인 작은 나라에서 많은 산업을 키울 수 없기 때문에 특정 산업을 선택하고 집중 육성해 왔습니다. 시계, 제약, 섬유, 관광, 금융이 그렇습니다.
최근에 집중하는 분야는 첨단 하이테크 산업입니다. 스위스는 이공계의 나라입니다. 15%만 진학하는 대학교도, 대다수 학생들이 가는 직업학교도 이공계가 절대 다수이고 또 가장 많은 지원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들은 정밀기술에 전자공학을 결합해 의료기기, 선박터빈, 발전설비, 정밀측정기는 물론 우주비행선까지 첨단 하이테크 제품을 만들어냅니다. 이렇게 스위스는 용병으로 목숨을 걸던 가난한 나라에서 세계 최고의 부자나라가 되었습니다.
이렇게 잘 사는 나라를 보면 참 부럽습니다. 우리도 많이 잘 살게 되었지만 스위스의 선택과 집중을 잘 참고해보고, 신뢰 받는 대한민국이 되면 좋겠습니다.
다음에는 다시 멈춰버린 국가로 스페인을 말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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