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잘못은 공단이 저지르고 지원자만 피해…감사하고 다시 공모하면 끝인가
- 공단 설립 20여 년 만에 초유의 선임 파행…실무자·결재권자·경영진·이사회 책임은 어디에
이사장 선임 절차를 처음부터 잘못 진행해 공모 전체를 무효로 만들었다. 그런데 정작 누가 책임지는지는 보이지 않는다. 가평군시설관리공단이 제8대 이사장 공개모집 과정에서 임원추천위원회를 잘못 구성해 최종 후보자 3명까지 선정하고도 모든 절차를 원점으로 되돌리는 초유의 사태를 빚었다.
공단은 자체 감사를 통해 잘못을 인정하고 군민에게 사과했다. 임원추천위원회를 새로 구성해 재공모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그러나 정작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자가 누구인지, 어떤 문책이 이뤄지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20여 년 역사를 가진 지방공기업에서 최고경영자 선임 절차 전체가 무효가 되는 사태가 벌어졌는데도 책임 소재조차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은 것이다.
◈ 공모 전체 무효…그런데 책임자는 누구인가
공단이 지난 14일 공개한 특별감사 결과에 따르면 임원추천위원 7명 가운데 4명은 '4급 이상 퇴직 공무원'이라는 추천 근거를 충족한다는 자료가 확인되지 않았다. 공단은 이러한 기본적인 요건조차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위원회를 구성했다. 그 결과 지원자 9명을 대상으로 서류심사와 면접을 진행하고 최종 후보 3명까지 선정했지만, 법률자문 끝에 위원회 구성과 의결정족수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기존 절차를 무효로 처리했다.
후보자를 검증해야 할 위원회의 구성부터 잘못된 것이다. 문제는 이처럼 중대한 행정 실패가 발생했는데도 책임의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공단은 업무를 소홀히 한 관련 직원에 대해 규정에 따라 조치하겠다고 만 밝혔다. 누가 위원 추천 서류를 검토했고, 누가 결재했으며, 누가 최종적으로 위원회 구성을 승인했는지조차 군민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 실무자만의 잘못인가…결재권자와 이사회는 무엇을 했나
이번 사태를 단순한 실무자의 서류 확인 소홀로 끝낼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임원추천위원회는 공단 최고경영자를 선출하기 위한 핵심 기구다. 위원 구성의 적법성은 선임 절차 전체의 정당성을 좌우한다. 그런데 위원 7명 중 4명의 추천 근거가 제대로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공모가 진행됐다. 위원회 구성부터 서류심사, 면접, 최종 후보 추천에 이르기까지 여러 단계가 있었지만 문제는 걸러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실무 담당자뿐 아니라 결재권자와 경영진, 위원회 구성에 관여한 이사회의 관리·감독 책임도 따져봐야 한다. 실무자가 확인하지 않았다면 결재권자는 무엇을 검토했는가. 결재권자가 놓쳤다면 경영진과 이사회는 무엇을 감독했는가. 공단은 이번 사태가 위원 개인이나 지원자의 잘못이 아닌 공단의 위원회 구성 오류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더욱 분명하게 답해야 한다. 공단의 잘못이라면 공단 안에서 누가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가.
◈ 지원자는 다시 공모…잘못한 공단은 사과로 끝나나
이번 공모에는 9명이 지원했고, 5명이 면접을 거쳐 최종 후보 3명이 추천됐다. 하지만 공단의 행정 잘못으로 모든 절차가 무효가 됐다. 지원자들은 공단이 정한 절차를 따랐을 뿐이다. 그럼에도 시간과 노력을 들여 준비한 공모를 다시 치러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반면 공단은 사과문을 발표하고 재공모를 추진하고 있다. 지원자들에게 발생한 불이익과 행정력 낭비에 대한 구체적인 책임 규명은 공개되지 않았다. 잘못은 공단이 저질렀는데 그 부담은 지원자들이 떠안고, 정작 잘못된 행정을 승인하고 감독한 사람들의 책임은 불분명한 셈이다.
◈ 재공모는 책임이 아니다…가평군도 책임 규명 나서야
재공모는 잘못된 선임 절차를 바로잡는 행정적 조치일 뿐이다. 이미 발생한 잘못에 대한 책임을 대신할 수는 없다. 공단은 임원추천위원 추천 근거자료 제출을 의무화하는 등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제도 개선보다 먼저 밝혀야 할 것은 이번 사태를 초래한 책임의 범위다.
가평군 역시 공단에 대한 감독기관으로서 감사 결과와 후속 조치가 적정한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서태원 군수와 가평군의회도 공단이 사과하고 재공모한다는 이유만으로 사태가 마무리됐다고 볼 것이 아니라 책임자 문책 여부와 재발 방지 대책을 점검해야 한다.
공단 최고경영자 선임 절차가 통째로 무효가 됐는데도 누구에게 어떤 책임을 물었는지 밝히지 않는다면, 군민은 그 사과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공단이 지금 군민에게 보여줘야 할 것은 또 하나의 공모 공고문이 아니다.
누가 잘못했고, 누가 이를 승인했으며, 그 결과에 대해 누가 어떤 책임을 지는지 명확히 밝히는 일이다. 감사는 했는데 책임자가 보이지 않고, 사과는 했는데 문책 내용은 없다. 재공모만으로 이번 사태를 덮을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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