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 각지서 얼음물·부채 나눔으로 온열질환 예방 앞장
- 도심 유동 인구부터 참전유공자까지…폭염 취약계층 생활밀착형 봉사
낮 기온이 35도를 넘나드는 날이 이어진 이번 여름, 신천지자원봉사단의 폭염 대응은 예년과 조금 달랐다. 시민이 찾아오기를 기다리는 대신 사람이 있는 곳으로 먼저 움직였고, 단순히 얼음물을 건네는 데 그치지 않고 폭염에 가장 취약한 이들을 직접 찾아 안부를 묻기 시작했다.
봉사단 창립 40주년을 맞은 올해는 단순히 물품을 전달하는 일회성 지원을 넘어 시민 안전을 살피고 지역사회와 관계를 잇는 활동으로 한층 확장됐다. 역과 터미널, 공원은 물론 참전유공자의 곁까지 발걸음을 옮긴 봉사자들의 여름을 따라가 봤다.
◆ 폭염 속 더 가까이…생활 속으로 들어간 봉사자들
올해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봉사의 방식이었다. 부스에서 시민을 기다리기보다, 직접 찾아가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나타났다.
이를 가장 잘 보여준 곳이 경기 하남지부다. 지난 2일 하남풍산역 일원에서 진행된 캠페인에서 하남지부는 출구 인근에 부스를 설치하고 시민들에게 얼음물과 포도당 캔디를 나눴다. 이어 봉사자들은 역 주변 맨발걷기길과 물놀이장, 주차장 등 야외 활동이 많은 공간을 찾아 시민들에게 얼음물과 포도당 캔디를 전달했다.
특히 기온이 36도를 넘나드는 무더위 속에서도 배달 기사와 운동 중인 시민 등 폭염에 취약한 이들을 직접 찾아가 도움을 전했다. 이날 준비한 얼음물 100병은 모두 시민들에게 전달됐다.
인근 주차장에서 출차를 기다리던 한 시민은 봉사자가 얼음물을 건네자 “차까지 와서 얼음물을 가져다줘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은 “얼음물만 받아도 시원한데 포도당 캔디까지 챙겨주고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도 알려주셔서 고마웠다”고 전했다.
◆ 쉼이 필요한 곳마다…도심 누빈 온열질환 예방 캠페인
수도권에서 시작된 변화는 충청권에서 더욱 큰 규모로 확장됐다. 폭염경보가 발효된 지난 4일, 대전지부는 얼음물 500병과 부채 800개에 더해 무궁화 차 800잔까지 준비해 더위를 식혔다. 체감온도 36.6도를 기록한 아산에서는 봉사자들이 충렬탑 주변 정화 활동을 마친 뒤 온양온천역으로 자리를 옮겨 얼음물과 매실차, 손 선풍기를 시민들에게 나눴다.
서산·당진·태안 세 지역을 아우르는 서산지부는 복합터미널에 이틀간 시민 1579명에게 부채를 전달했고. 청주지부는 상당구 소나무 길에서 생수 700병과 부채 350개, 미숫가루 150인분을 나누며 온열질환 예방 수칙도 함께 안내했다. 물품을 받은 김영서(여·40) 씨는 “더위를 식힐 물에 폭염 예방 수칙까지 알게 돼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 나눔에 기억을 더하다, 보훈으로 이어진 손길
광주전남연합회는 폭염에 특히 취약한 고령의 참전유공자들을 살피는 동시에 보훈의 의미를 함께 전하기 위해 여수·광주·목포·송하 네 개 지부에서 사흘에 걸쳐 얼음물과 냉감용품을 나누는 한편, '감사·기억존'을 마련해 시민들이 직접 메시지를 남기도록 했다. 봉사자 221명이 함께한 이 캠페인에는 참전유공자와 시민 3200여 명이 참여하며 폭염 예방과 보훈의 의미를 함께 나눴다.
수원지부는 지난 1일 시민들의 건강을 살피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참전유공자의 희생을 기억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시민 150명에게 얼음물과 쿨링시트, 이온 캔디가 담긴 폭염 대비 키트를 전달하고 온열질환 예방 수칙을 안내하고, 6·25 참전용사 김흥구(94·남) 어르신을 초청해 전쟁 사진전과 이야기를 듣는 자리를 열었다. 행사장에는 김흥구 어르신이 기증한 전쟁 사진 9점이 전시됐으며, 학생과 시민 40여 명은 참전 경험을 직접 들으며 전쟁의 역사와 평화의 소중함을 되새겼다.
사진전을 관람한 한 시민은 “사진 속 주인공이 직접 당시 이야기를 들려주셔서 더욱 뜻깊었다”며 “나라를 위해 희생해 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전북 군산지부도 그 뜻에 함께했다. 최고기온 34도를 기록한 월명산 일대에서 시민들에게 얼음물 200여 병을 나누고, 참전용사에게 감사 손 편지를 작성한 시민들에게는 쿨토시와 수공예 부채를 전달했다. 캠페인에 참여한 손지연(32·여·군산) 씨는 "참전용사들의 헌신 덕분에 오늘의 일상을 누릴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여름, 전국에서 펼쳐진 활동의 의미는 얼음물을 몇 병 나눴는지에만 있지 않다. 시민이 있는 곳으로 찾아가고, 폭염에 취약한 이들을 먼저 살피며, 나아가 참전유공자의 삶까지 기억하려 했다는 점에서 봉사의 방식 자체가 한 단계 확장됐다는 데 있다.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는 가운데 신천지자원봉사단의 발걸음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올여름 전국 곳곳에서 건네진 얼음물 한 병은 더위를 식히는 물품을 넘어, 먼저 다가가 상대를 살피는 봉사의 가치를 보여주는 상징으로 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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