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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카메라를 든 소년, 포천에 '한국의 할리우드'를 짓다

  • 양상현 기자
  • 입력 2025.08.20 12:20
  • 조회수 2,8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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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년 꿈으로 만든 국내 유일 수중 스튜디오 '포프라자'

경기도 포천의 왕방산 산자락. 이곳에 낡은 필름 카메라를 손에 쥐었던 한 소년의 꿈이 현실이 되어 숨 쉬고 있다. 

포프라자.jpg

영화 '타이타닉'의 거대한 물탱크를 연상시키는 압도적인 규모의 '포프라자 스튜디오'. 이곳을 일궈낸 김병국 대표의 이야기는 낯선 땅 포천에 뿌리내린 영상 산업의 깊고 단단한 역사를 증명한다.


◇ "바다가 아니어도 괜찮다"… 포천의 자연이 품은 ‘끝없는 바다’

그의 오랜 꿈은 20여 년 전 미국 LA의 한 스튜디오에서 시작됐다. 김 대표는 당시 "LA의 ‘탱크 원(Tank One)’을 방문했을 때 큰 충격을 받았다"고 회상한다. 할리우드 대작들이 그곳에서 탄생하는 것을 보며, 언젠가 한국에도 이런 스튜디오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그 꿈은 고향인 포천에서 현실이 되었다.

포프라자 스튜디오의 핵심은 국내 유일의 수중 촬영 시설이다. 지하수를 끌어올리고 24시간 수질을 관리하며, 배우들이 하루 종일 촬영해도 춥지 않도록 물 온도를 30도 이상으로 유지한다. 김 대표는 "우리 스튜디오의 수질은 전국 최고라고 자부한다"며 "이곳 위로는 공장이 하나도 없어 깨끗하다"고 강조했다.

포프라자2.jpg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바로 원형으로 설계된 지름 16m 깊이 5m의 야외 수중 촬영장이다. 이는 단순한 디자인이 아니다. 김 대표는 “사각형 풀장에서 촬영하면 모서리가 카메라에 잡혀 세트라는 게 들통 난다. 원형이어야 끝없는 바다처럼 느껴진다”는 섬세한 철학을 밝혔다. 기술적 문제 해결을 위해 미학적 접근을 택한 것이다. 그의 이런 고집과 철학이 포프라자만의 독보적인 경쟁력이 되었다.

특히, 실내 촬영장의 대형 투명 유리창은 외부에서도 물속 상황을 한눈에 볼 수 있게 해 감독과 배우, 촬영팀이 실시간으로 호흡을 맞출 수 있도록 돕는다. 그는 “수중 촬영은 한 번의 실수가 생명과 직결될 수 있다”며, 이 유리창이 안전을 위한 필수적인 요소라고 설명했다.

◇ 스튜디오에서 '학교'로… 사람을 키우고 지역과 함께하는 꿈

포프라자는 단순히 공간을 빌려주는 것을 넘어,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 바로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것이다. 김 대표는 “제가 여기서 얻은 것들을 고향 포천에 되돌려주고 싶다”며, 포천 시민들을 위한 생존 수영 교육 계획을 밝혔다. 그는 물을 두려워하는 이들에게 안전은 훈련에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또한, 평생교육원에서 수중 촬영 전문가와 지도사 과정을 전국 최초로 만들어 자격증 제도까지 확보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그는 “다른 지역에서는 이만한 시설이 없어 해보지 못한 일”이라며, 포프라자가 ‘찍는 곳’을 넘어 ‘키우는 곳’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포프라자의 노력은 이미 결실을 맺고 있다. 처음에는 "포천에 이런 곳이 있었냐"며 의아해하던 이들도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를 시작으로 입소문이 퍼지면서 태도가 바뀌었다. 이제는 전지현, 이민호 주연의 ‘푸른 바다의 전설’ 등 수많은 대작들이 이곳에서 탄생하며 명실상부 국내 최고의 수중 촬영 메카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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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훈 포천시의회 의장(사진 왼쪽)은 “한 사람의 꿈과 열정이 지역 전체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며, “포프라자는 포천의 산업 지도를 바꾸는 중요한 문화 자산”이라고 평가했다.

낡은 카메라를 들고 충무로를 누비던 소년의 꿈이 포천의 깊은 산자락에 굳건히 뿌리내렸다. 김병국 대표의 뚝심 있는 발걸음이 포천을 넘어 한국 문화계에 어떤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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