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GN뉴스=포천]양상현 기자=취임한 지 한 달여가 되어가는 민선8기 포천시에 의전 순서가 논란이다. 의전 순서에 지역구 국회의원의 사무국장이 추가됐기 때문이다.
6·25참전유공자회 경기도포천시지회는 27일 포천시 여성회관 3층 청성홀에서 '6·25전쟁 정전협정 및 유엔군 참전의 날 기념식'을 가졌다.
이날 포천시지회는 내빈소개를 시작으로 기념식을 시작했는데, 내빈소개에서 국민의례가 끝나기까지 소요된 시간만 13여 분에 달한다.
의전이 체계화된 사회일수록 권위와 위계를 재생산하기 쉽다. 권력과 힘을 가장 효과적으로 과시할 수 있는 방식이 의전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자리 배치나 순서 등 사소한 의전을 둘러싸고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한다. 이처럼 복잡한 ‘의례’가 돼버린 포천시 관내 행사에 이번에는 지역구 국회의원인 최춘식 의원을 대신해 한광식 사무국장이 참석해 자리 배치·연설 순서를 두고 의전이 '뒤죽박죽'됐다는 지적이다.
행정안전부 지침에 따르면 지자체의 의전 서열은 시장, 시의장, 국회의원 순이다. 국회의원이 행사에 참석해도 서열 3위인데, 하물며 시민들로부터 선출되지도 않은 사무국장이 시의장에 앞서 서열 2위로 자리배치를 받았다.
‘행사는 잘해야 본전’이란 말도 있지만, 이는 준비가 아무리 완벽해도 행사 과정은 지뢰밭의 연속이라는 뜻이다.
‘의전 베테랑’으로 불리는 정현규 현대의전연구소 소장은 "의전에서 원칙과 기준이 분명해야 국가의 품격을 높일 수 있다"라고 말한다. 그 원칙과 기준이 '의전의 핵심은 서열'이라는 것.
의전은 원래 국가 간의 예우를 위한 외교 쪽 용어였지만 이것이 지자체와 민간 영역으로까지 확대되면서 기업 총수는 물론 부장과 팀장에 이르기까지,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특별대우를 바라는 일종의 ‘갑질문화’로 자리 잡게 됐다.
이날 한광식 국민의힘 포천·가평지역구 사무국장은 "최춘식 의원은 오전 7시부터 국회일정이 있어 행사에 참석하지 못했지만, 다음번 행사에는 꼭 최 의원을 모시고 행사에 참석토록하겠다"라고 격려사를 통해 밝혔다. 별 다른 내용도 없는 무려 2분간의 스피치다.
게다가 "6·25전쟁 정전협정 및 유엔군 참전의날 기념 69주년을 맞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고 말해 빈축을 샀다. 동족상잔의 비극인 6·25전쟁이 과연 축하할 자리냐는 지적이다.
또 굳이 국회의원의 대독을 하려면 선출직인 김성남·윤충식 도의원도 이날 기념식장에 배석해 있었다. 대독 내지는 대신 연설을 한다면 연장자인 김성남 도의원이 하면 될 것이다.
전문가들은 ‘의전 공화국’이 된 한국 사회의 원인을 뿌리 깊은 권위주의에서 찾는다. 의전을 받는 사람들은 대부분 권력을 가진 자들이고, 그들이 자신에게 얼마든지 정당하지 않은 이유로 ‘갑질’을 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누가 시키든 시키지 않든 알아서 ‘과잉의전’을 하게 되는 구조란 것. 이 구조를 깨려면, 의전을 받는 자들이 먼저 권위를 내려놓아야 한다. 시장이 교체됐다. 이제 우리의 일상도 달라져야 한다.
앞서 민선8기 백영현 포천시장은 인수위 최종 보고서에서 '행사 간소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축사 및 격려사를 최소화해 참석자 등 시민 모두가 다 같이 공감하는 행사로 만들자는 취지다.
인수위는 행사 간소화 추진 배경으로는 각종 행사시 개회식 등에서 다수인 축사 및 격려사로 행사 소요시간 과다 소요로 참석자들의 지루함 호소와 행사와 무관한 인사의 격려사 진행으로 빈축의 대상이 되어 오던 문제를 지적했다.
특히 권위적이고 위화감을 조성하는 자리배치로 시민이 즐겨야 할 행사가 내빈위주의 행사가 되고 있는 실정과 각 단체행사 시 경품지급 등의 목적으로 관내 기업체에 후원금 모집을 지양할 것을 보고했다.
개선 방향으로 행사내용 간소화로 시간단축, 축사 및 격려사 최소화로 행사에 대해 진정으로 축하하고 다 같이 공감하는 행사가 되도록 해야 한다고 보고했다.
이와 같은 작은 변화가 시민에게 있어서는 소통과 신뢰의 시작이며 편리함의 시작이다. 행사 간소화는 큰 예산이 드는 것도 아니고 기존의 틀을 탈피하기만 해도 되는 것인데, 민선8기 포천시는 시민의 '더 큰 행복'을 위해 많은 정책과 공약보다 당장에 실천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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